툴파츠

덩치에 안 어울리게 깨작대며 몇 번 불 끄는 시늉을하던 웅삼곤

은 결국 벌컥 소리를 질렀다.

"야, 야, 관두자! 관둬! 허탁, 이 꼬마녀석을 데리고 얼른 나가자!"

허탁도 이젠 도저히 불길을수습할 방도가 없음을깨달았다. 별

수 없이 웅삼곤의 말대로 석무종을 데리고 빠져나가려는데, 문득 사

방이 불길임에도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린 채 딴청을 피우는 석무종의

얼굴이 보였다. 뭔가 꺼림칙했다.

'이 놈은 지척에서 불이 났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는군!'

그렇지만 워낙에 황망한 순간이기에허탁은 깊이 생각해볼겨를

없이 재빨리 기둥 뒤로 돌려 묶었던 석무종의 손 결박을 풀고 그 몸

을 어깨에 들쳐 맸다.

아직도 다리 결박이 남아있는 석무종은 별다른 저항없이 허탁이

하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.

웅삼곤과 흑묘아는 이미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간 뒤였다.

밖에서 본 폐가는 이미 군데군데 붉은 화광(火光)이 비칠 뿐만 아

니라 지붕 위로 연기가 무럭무럭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.

"떠그랄! 도대체 왜 불이 난 거야?"

"아마 화톳불에서 불씨가 튀었나 봅니다요."

얼굴이 숯검정이 된 웅삼곤과 허탁은 불 구경을 하며 중얼거렸다.

똑같이 불을 바라보는 석무종의 얼굴은 약간 달랐다. 그것은 약간

의 실망과 약간의 희망이 뒤섞인 듯한 미묘한 얼굴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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